용인시민장례문화원

[사람in] 강구인 용인장례문화원 전무, 공직의 꽃 내려놓고 삶·죽음의 다리 지키는 돈키호테 중부일보

니이구 2021. 1. 28. 08:27

 

   최정용 기자•입력 2021.01.27 17:22•수정 2021.01.27 22

 

티베트 불교의 선승 파트마 삼바바는 죽음에 대한 최고의 경전으로 불리는 ‘티베트 사자(使者)의 서’에서 ‘삶은 죽음을 등에 엎고 가는 여정’이라고 했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불가(佛家)의 ‘不二정신’와 맞닿아 있다. 하긴 티베트 불교나 조선 불교나 결이 다를 뿐 죽음을 대하는 중생의 자세에 대한 가르침은 대동소이했으니 크게 다르지 않을 터.

소위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직의 꽃 , 지방 사무관(5급)을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표표히 털고 삶과 죽음의 다리를 지키는 이가 있어 화제다. 강구인 용인장례문화원 전무가 그 주인공이다.

공직과의 인연은 1988년 7급 시험에 합격하면서다. 다음 해 대천시에서 공직을 시작해 여주 시골집에서 홀로 살고 계신 노모(老母)를 봉양하기 위해 경기도로 전입 신청을 했다. 그렇게 용인과 인연을 맺었고 1993년 포곡면 산업계를 시작으로 양지면 계장을 거쳐 시청 교통·의사·재활용·보상·홍보협력·조사계장, 2009년에 양지·남사면장, 처인구 생활민원과장, 기흥구 자치행정과장, 처인구 공원환경과장, 시 세정과장을 지나 2019년 1월 군대 경력 포함, 31년 공직을 마쳤다.

정년퇴직이 아닌 명예퇴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단지, "떠날 때를 알라는 말처럼 끝내야 하는 시기를 스스로 정했을 뿐"이라나. 여기에 "후배들에게 뒤채이기 싫었고 평소 은퇴 후는 아이들에게 고전과 한문을 가르치며 보내겠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방과 후 한자교실을 염두에 두고 과감하게 명퇴했다"고 부연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후학을 가르치려는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겠다. 불투명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안갯속 삶을 개척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다소 무모해(?) 보이기 한 돈키호테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인다.

퇴직 후 기대했던 후학을 지도하겠다던 꿈은 팬데믹으로 불리는 코로나 19의 창궐로 인해 처참히 무너졌다. 그러나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건축기사 자격증이 있어 근무하게 된 장례식장 신축 공사장 현장 관리인이었던 그를 건축주가 운영에 동참하기를 권했고 수락했다. 인연은 현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하는 순간이겠다. 억겁을 이어 온 전생의 삶이 다른 영혼들의 승천(昇天)을 돕는 길에 그를 데려다 놓은 것을 보면 굳이 절집의 연기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참, 인연은 인연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고전을 놓지 않는 학생, 강구인의 삶이 어떤 새로운 궤적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이유다.

최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