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기록

병연카메룬기3

니이구 2017. 5. 28. 00:03

 

부조리, 악 폐습. 이름부터가 잘못 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내가 군생활을 하던 당시 우리 부대에는 악폐습이 있었다. 우리 부대는 전입을 할 때 전입 신병 캠프를 다녀오게 된다. 그런데 부대 특성상 전입 전부터 맞선임들이 신병들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쳐 준다. 기본적인 업무 기초부터, ‘생활관 예절’이라 불리는 것들도. 내가 전입신병 캠프를 갔을 때, 당시 캠프 생활관 복도내에 붙어 있던 현수막을 보았다. ‘악 폐습 근절!’ 당신의 동생, 아들이 겪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대강 이렇게 써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내용을 살펴보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배운 모든 것들은 그 악 폐습 안에 포함 되어있었다. 그래도 ‘뭐 어떻게 할까? 까라면 까야지.’ 그때는 아마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 부대가 빡 세다는 것을 알고 지원한 것이고, 군대니까 당연하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고, 나도 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나의 군대였다. 물론 군생활을 겪으며, 악폐습으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잠이 너무 부족해 화장실에 앉으면 잠이 쏟아지기 일쑤 였고, 군화를 신고 하도 뛰어다니다 보니 발바닥에 족저근막염이라는 병도 얻었다. 나를 포함한 선임, 후임들 중 몇몇은 군생활 중에 허리디스크를 얻었다. 단순히 악폐습 때문에 내가 힘들었고, 몸상태가 나빠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도 할 수는 없다.

나도 선임이 되었을 때 악폐습은 내 군생활에 있어 당연한 규칙으로 작용했다. 내가 당했던 것 만큼의 보상 심리인걸까 ? 그 규칙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후임들에게 나는 내가 했는데 왜 너는 못하냐는 식으로 후임들을 나무랐다. 또 그 와중에 사라진 악폐습이나 폐단에 대해 후임들에게 얘기하며, ‘임마 나 때는 이랬어’ 하면서 푸념과 같은 쓸데없는 자랑을 늘어놓으며, 니들은 그렇게 편해졌는데 왜 그렇게 못하냐는 식으로 나무랐다. 그리고 그렇게 후임들을 나무라는 나를 보고 칭찬하는 선임들을 보며, 자랑스러워 했던 것 같다. 그랬다. 후임들에게 악폐습을 잘 이행시키고, 잘 혼내면 그건 ‘관리’를 잘하는 선임이다. 후임들을 잡는 것 그것을 ‘관리’라고 불렀다. 선임이면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당시 21살 ? 22살 ?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나지만, 24 살이건, 26살이건 후임이면 나보다 아래라고 생각하고 깔보았다. 아니 아예 나이 개념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게 맞을 것 같다. 유난히 ‘관리’를 해야하는 직종이기도 했지만, 업무를 떠나서 선후임 관계에서도 ‘관리’는 중요했다. 만일 내 후임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가 ‘관리’ 당한다. 쉽게 말해 내가 당하기 싫어서 후임들을 쪼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혼났다. 어떻게 보면 되도 않는 변명이다. 정말 꼴 보기 싫은 변명이기도 하지만, 내가 혼나기 싫었다. 내가 힘들기 싫었다. 그래서 후임들을 힘들게 해야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했다. 내게는. 그리고 나도 관리기수를 벗어났을 땐 관리기수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칭찬하고 나무랐다. 당신들이 당연히 누릴 권리들을 제한하면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내’가 지금 생각해보면 소름끼친다. 이제와서 하는 변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다. 이미 지난 뒤의 일이라고 생각해보았자, 난 악페습의 세습에 일조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얼마전 친한 후배가 군대내에서 안타깝게 떠나가게 되었다. 정말 하고싶은 것도 많고, 재능도 많았고. 매력도 많아서 친구들도 너무나 많던 아이였는데…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나 같은 새끼들이 견디기 어려웠던 듯 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난 영훈이를 죽이는데 일조한 살인 공모범이다. 소원 수리함을 쓰면 비겁자. 선임을 찌르면 비겁자. 군대 내 암묵적인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사회 부적응자 취급하며 살아왔던 내가 역겹다. 그리고 소중한 한 사람을 잃고나서야 이렇게 생각하는 군부심을 부리던 내가 정말 싫다. 이 글을 빌어, 다시한번 나의 소중한 동생 영훈이에게 사과를 한다. 정말 미안하다고. 정말로 미안하다고, 다 견딜만하다고 했던 것. 다 사람사는 곳이라고 하며 다독였던 내가. 바로 그런 좆 같은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한 사람이라고.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어서 더 미안하다고. 그리고 당시 나의 후임들에게도 이자리를 빌어 사과한다. 미안했습니다. 이제서야 사과합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계셨고, 나이가 적더라도 같은 인격체로서 욕을 하고, 괴롭히고 했던 것들 정말 죄송합니다. 늦은 사과드립니다. 용서를 바라진 않겠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글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그저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친구가 제가 무섭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 악폐습인 것을 알면서도 왜 신고하지 않앗냐고, 왜 너도 똑같이 했냐고. 그때는 나는 후임들에게 그만큼 심한건 안했다고 하면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영훈이를 죽게 만든건 나 같은 놈이구나 라고…. 그래서 이자리를 빌어 양심고백을 합니다. 군대내 악폐습 부조리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비록 저자신도 그 범죄자이며, 그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부끄럽고, 사무치지만. 더 이상 제 친한 후배와 같은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됩니다. 현재 군복무를 하고 계신 후배 및 친우 여러분들,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선임들이 말하고, 또 본인들도 후임들을 보면 그런 기분 느끼실 거라고 믿습니다. 좋아지는게 당연한겁니다. 단순히 시설적인 부분을 떠나서 그린병영, 청정병영, 사람이 사람으로서 권리를 누리는 군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여러분들중에서도 저와 같은 실수를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데 일조하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20170515)

 

 

시끄럽게 울던 귀뚜라미들과 풀벌레들이 그쳤다. 밤 하늘을 수놓던 별들은 그 자취를 감쳤다. 곧 비가 오겠다는 징조다. on m'a dit que Ca c'est menace. 투둑, 슬레이트도, 철판도 아닌 알류미늄의 지붕으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투둑 소리는 점차 후두둑에서 기관총과 같은 소리로 바뀌어 간다. 흡사 사격장에 있는 기분이다. 오전부터 멀리서 보이던 번개는 어느새 우리 마을 근처로 왕림하셔서 불꺼진 내방을 찰나동안 환하게 비춰준다. 하지만 방을 비춰준 대가는 내 귀가 아플정도로 씨끄러운 고함이다. 이런 빗속에서 잠을 자기 위해선 항상 이어폰이나 귀마개를 하고 자야 한다. 그런데 내 귀마개가 어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다. 이것 참 낭패다. 오죽하면 집이 무너지는 꿈을 꿔서 중간에 일어나기도 했다. 요즘들어 비가 너무 시도 때도 없이 온다. 뜬금없이 아침부터 내려서 출근하는 길을 힘들게 하는가하면 해는 쨍쨍한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하늘이 어두워지기도 하고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하루는 하도 비가 지랄맞게 와서 우리 현장의 아저씨한테 말했다.

Le Pere! 진짜 비가 너무 미치게 하네요.
?? 무쓔 깡, 아직 비는 시작도 안했어요, 이건 비도 아니에요.
??????

장마를 겪는 한국인이기에 비에는 어느정도 이골이 나있다 자부했지만, 우물 안 개구리로소이다. 비가 한번 오면 지붕이 뜯어지고, 길이 패이고 차는 미끄러지는 이곳에서 나는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또 한번 깨닫는다. 차를 타고 가다가 차 뒷부분이 지 멋대로 돌아가는것은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한다. 처음엔 사고날까 전전긍긍했지만, 이젠 강가에 처박히든 뭘하든 일단 가기만 하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비가 오고 나면 나오는 떼르민들은 이제 일상이다. 떼르민이라고 부르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비가 오고나면 날개달린 개미들이 정말 많이 날아다닌다. 특히 불을 켜놓으면 그 불켜진 곳으로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모여든다. 사람이 차마 지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모여들 때도 있다. 이전에 보았던 웰컴 삼바에서 주인공 삼촌이 아프리카 벌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게 이제서야 공감이 간다. 정말 신기한게 하루가 지나면 날개는 분리되어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다. 벌레의 날개로 도배가 되어 있는 바닥을 보는 기분은 정말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깟 벌레가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냐 싶겠지만, 진짜 그딴 소리하는 사람한텐 떼르민 날개로 침대 만들어 주고 싶을 정도다. 요즘은 가끔 비가온 다음 떼르민이 안 보이면 무슨일 있나 싶을 정도로 내 일상이 되어 버린것 같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맑은 날이 됬으면 한다. 하지만 날이 너무 맑아서 해가 쨍쨍하면 그건 다음날 비가 오겠다는 징조다. 아니 XX 도대체 그럼 맑아야 하는거야 흐려야 하는거야. '정글은 언제나 맑은 뒤 흐림' 만화 제목 참 잘 지었다. 분명 작가는 아프리카 생활, 그것도 사바나 기후를 체험한 사람 일 것이다. 비가오면 인터넷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구름에 위성이 가려서일까... 참으로 지랄맞은 나라다.
카메룬 자체를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참으로 스펙타클한 곳이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고, 덕분에 날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단지 요즘의 소망은 비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 번 4-5시간 오는 비가 아무것도 아니면 대체 우기는 어떤 걸까.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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