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돈줍는 할머니

니이구 2008. 11. 14. 08:40

돈 줍는 할머니(2008.11.14)

오늘 출근길에 마을버스가 타고내리는 승객의 교차 속에 신나게 달릴 때였다. 방금 전에 타신 할머니께서 차 바닥에 떼그럭하고 동전을 떨어뜨리셨다. 칠순은 넘으신 듯하고 굽어진 등에 조막만한 손가방을 메시고는 어디로 출근하시는 것은 아닐진대, 아침 길을 서두르시는 모습이었다. 떨어뜨린 동전이 어디만큼 굴러갔는지 옆 사람들도 같이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기사 아저씨는 약을 올리시느라 “내비둬유. 나중에 제가 주워서 커피나 사먹게유.”라고 했는데도 이 할머니의 불안한 모습이 가시질 않았다. 보다보다 못한 기사 아저씨가 또 한마디 건넨다. “돌아갈 차 삯이 모자라 그러시면 제가 드릴께유.”하자 할머니는 “아니유. 됐시유.”하시더니 시선을 구석에 집중시켰다가 동전 하나를 찾으셨다.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나도 할머니의 안도감(安堵感)에 마음이 놓였다. 비록 잃어버렸다가 주운 것이 어찌 보면 백원짜리 하찮은 동전이지만, 그 할머니의 불안한 모습과 편안한 모습의 파노라마는 수억 원짜리 금붙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나는 잠시간에 그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들이 찾고자 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대비시킬 수 있었다.


가끔 언론에서 횡령(橫領)이니 유용(流用)이니 하면서 억(億)억(億)하고, 종부세 논란의 뉴스들로 우리의 돈 액수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지만, 오늘 백원짜리 동전을 찾느라 부산을 떠신 촌로(村老)덕에 진정한 인간의 감성을 조금이나마 회복한 느낌이다. 비록 10여분의 승차시간이었지만, 어느 유명한 강사의 두 시간여 강의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으니,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의 현장학습의 효과가 만점이었다.


터덜터덜 달리던 마을버스가 어느덧 내가 내려야 할 정거장에 섰고, 할머니께 짓궂은 말로 승객들의 경직된 마음을 풀어주던 기사 아저씨의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말에 오늘따라 “고맙습니다.”를 한 톤 높여 답례하고 내렸다.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버스를 보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을 꾼 것 같다. 오늘은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다. 할머니 만수무강(萬壽無疆)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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