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조선생님 고맙습니다.

니이구 2008. 11. 15. 18:40

딸아이의 계획표(計劃表)

어제는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평소처럼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중학교 2학년짜리 딸아이가 내 배위에 털퍼덕 엎어지더니, 아빠에게 자기가 계획표 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며칠 전 얼마 남지 않은 학기말 고사 때까지의 계획표를 짠다하여 기특하게 생각했는데, 내용인즉슨 자의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딸아이가 “아빠! 엊그제 담임선생님이 부르시더니, 요즈음 선생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계획표 짜가지고 오라시더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어 보았다. 딸아이의 말에 의하면, 공부고 생활이고 잘하던 모습이 요즘엔 하기 싫어서 게으름을 피웠더니 선생님 눈에 거슬려 보였다고 하며, 계획표를 짜오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내용을 듣고 보니 선생님께서 직접 혼내지 않고 넌지시 이끌어가는 훈도(訓導)의 자상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나 또한 선생님의 마음과 같이 잘 타일러주었다. “그랬었구나. 그것은 선생님이 이조(怡鳥)를 아껴서 그러시는 거다. 선생님 말씀대로 열심히 해 보거라. 선생님도 네가 노력해서도 안 될 애라면, 그런 주문 안하실거다.” 했더니 희색이 만면하여 제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단도직입적으로 공부해라 뭐해라 하기 쉽다. 그러나 자기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훈육(訓育)의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다. 비록 부모마음같이 아이가 따라주지 않고 부모생각대로 하지 않는다 하여 잔소리하기가 쉽다. 그러나 나는 가급적 잔소리를 하지 않는 편이다. 가끔 유명한 강사들의 가정과 관련한 교육을 받을 때면 칭찬을 많이 하라고 한다. 그러나 칭찬에 인색한 우리네 습성상 입에 발린 칭찬하기는 쑥스럽기도 하고 참으로 어렵다. 차라리 잔소리를 안 하는 것이 나은 듯 하여 그렇게 해오고 있다.

 

아이의 선생님 이야기를 언급하니 나의 30여년이 지난 초교시절 선생님이 생각난다. 초교 때 3년간 담임선생님으로 기억에 남는 분이시다. 딸아이의 담임선생님만큼이나 자상하게 대해주셨던 75세의 노신사(老紳士)이시다. 10월 초에 전화를 드렸더니 허리가 아프다 하셨는데 바쁜 일 좀 끝나면 한 번 찾아뵈리라 생각하고 있다.

 

나의 30년도 더 전의 선생님과 딸아이의 선생님 사이에 공존하는 자상(仔詳)함의 사표(師表)는 그래도 우리나라의 교육이 제대로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두 분께 감사드리면서, 초겨울 빗속에 떨고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우리 아이들에 대한 나의 소망과 같이, 내년에 자상함의 결과물인 아름다운꽃과 싱싱한 이파리들이 피어나리라 기대한다. 2008.11.15 梨湖 강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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