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량시장을 아시나요

니이구 2007. 11. 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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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량시장(金良市場)을 아시나요
[경기일보 2007-11-7] 18면 / 살며 생각하며/
가을이 되어서인지 뭔가 그립고 뭔가에 굶주린 듯한 느낌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을 남자’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라는 느낌도 든다. 지난봄 새하얀 꽃잎에 젖어 있던 벚나무 가로수들이 새빨간 단풍잎을 포도에 뿌려대고 가을비라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은 괜히 구수한 순대국물에 탁주 한잔이 더 생각난다. 김량시장(金良市場) 순대골목에 가서 대포 한잔 할까나. 5일 장날이면 운치가 더하다.
김량시장은 인근 성남시의 모란시장이나 정선 아우라지장 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전국에서 모여 드는 상인들로 인해 5일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수도권의 유망한 재래시장 중 하나로 바로 용인 김량장동에 위치한다. 지금은 ‘중앙시장(中央市場)’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김량시장’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몇년 전만 해도 장날 재래시장 부근에 한정되던 간이 점포들이 이제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금학천 주변 도로를 따라 장사진을 이루고 사람 사는 맛과 냄새 등을 풍겨댄다.
마을 이름에 시장을 뜻하는 장(場)자가 붙은 것은 드물 것이다. 김량장동(金良場洞)이 바로 그 동네인데, 예로부터 장이 서온 곳이기도 하고 용인의 현재 구도심 속의 재래시장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지금도 술막다리(酒幕橋)라고 하여 예전에 장터 주막이 있었음을 표현하는 명칭이 남아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를 보면, 예전 인근 마을에 한사람이 살았는데, 어느날 점술가가 “당신은 장차 신수길운(身數吉運)의 번창을 축원하기 위해 ‘저자(市場)’를 하나 만들라”는 충고에 장터를 만들었고, 그 성이 김(金), 자는 순재우량(舜裁又良)으로 성에서 김(金), 자에서 량(良)자 등을 따 시장명(市場名)을 김량장(金良場)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용인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 및 관광상품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전철이 시장을 경유해 운행될 것이고, 한창 정비계획 중에 있는 금학천이 시민들이 함께하는 친수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앞으로의 김량시장은 인근 운동장역의 운영과 함께 술막다리 부근의 예전의 번성함을 재차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역세권이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시장의 현대화계획에 따라 아케이드 설치 및 이동통로 정비 등 다른 시장들처럼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단지 아쉽다면 갈수록 심화되는 주차난과 점점 늘어나는 대형 점포 등과의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항상 정(情)이 넘치고, 대형 편의점 등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시장 통을 걸어보자. 평일에는 그저 인근 상가들과 같이 잡다한 물품들을 팔고 있고 이 시장이 특이하다면 여느 시장과는 다르게 순대골목이 발달돼 항상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낮에는 물론 파장이어야 할 저녁이 더 붐빈다.
그러나 장날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고 훨씬 활기찬 곳으로 변한다. 새벽 5~6시 곳곳에 천막이 쳐지는가 싶다가 금방 시장 뒷길이 장터로 변한다. 장터에 들어서면 60~70년대 장터에서 흔히 보아오던 멸치가게들이 있다. 수십가지 멸치들을 양푼에 고봉으로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그 옆에는 오징어 한 마리에 500원이라고 쉬지도 않고 흘러 나오는 때 묻은 카세트소리, 거기를 지나면 곡물전에 밀보리·쌀보리·청차조·찰기장 등 잡곡들이 수북하다. 시금치 등 야채를 파는 아줌마의 바쁜 손길, 순두부를 눌러대는 수염 난 아저씨, 마늘을 한차 쌓아놓고 손님들을 기다리는 할아범, 그 옆에는 별별 공구를 질펀하게 펼쳐놓은 난전도 구경거리다. 저거 팔아 돈이 될까 싶은 도라지를 한대접 내놓고는 연방 도라지를 까는 아줌마,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바쁘게 귤 파는 아저씨의 입가에는 담배가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것도 모르고 신이 난다.
어려서부터 보아왔던 뻥튀기 아저씨의 요란한 소리와 그 구수함이 난전을 뒤덮으니, 그 옆으로는 국화빵 장수의 빵 굽는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미숫가루·떡을 파는 가게를 지나니 짚신·광주리·체·키·삼태기 등 갖가지 우리네 얼마 전까지의 일용품들이 쓸쓸한 장식품으로 고향생각을 돋운다. 각종 채소·씨앗·화초·강아지·미꾸리·생선전을 지나니 시원한 장국에 말은 잔치국수가 입맛을 돋우고 그 옆에선 닭발에 돼지껍데기에 소주 한잔이 일품이라. 아픈 다리 쉬며 앉아있으려니 상반신만 갖고 살아가는 아저씨가 온 몸으로 카세트 통을 밀고 질퍽한 길을 애쓰며 지나가고, 그 위에 놓인 바구니에 지전이 떨어진다.
사람을 힘들게도 하지만, 한편으론 힘나게 하는 곳이 시장(市場)이 아닌가 한다. 자가용 타고 가 카트에 주워 담아 삑삑거리는 기계에 계산하고 오는 대형 점포가 편하기야 하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로봇 같은 생활 속에 빠진 나를 보는 것이리라. 더 메마르기 전에 정(情)이 넘치는 곳, 시장(市場)을 살려갔으면 한다. 김량장(金良場) 날은 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