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07.11.26(월) 경기도민일보15면 寄稿文(에너지 절약)

니이구 2007. 11. 26. 15:30
 

버스를 기다리며

                                                                                (2007. 11. 26 京畿道民日報 15면 寄稿文)

이젠 제법 추운 날씨가 출퇴근길 봉급생활자의 몸과 마음을 잔뜩 움츠리게 한다. 버스 창 너머로 뵈는, 길가에 녹음을 연출하던 가로수도 이젠 낙엽을 떨군 채 삭풍을 피해나 보려는 듯 떨고 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서서히 올 한해의 막바지임을 알리느라 분주함을 떠는 새벽을 그렇게 마을버스는 내달리며 하루의 사색을 이끌어 낸다.

 

내가 아침에 마을버스를 타는 시간은 매일 6시 45분, 여름철엔 한낮 같더니, 동지 쪽으로 가까운 절기이다 보니, 요즈음은 어두워서 옆에 사람을 알아보기도 힘들다. 더구나 겨울복장의 대부분인 검은 색마저 아침 출근길을 상쾌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도 나와 더불어 바쁘게 움직이는 대개의 봉급생활자들인 승객들과 함께하며 나름대로 살아있음에 감사드리고, 짜증나는 일이 있었어도, 나와 같이 움직이는 승객들의 바쁨을 같이하다보면 이내 나만의 힘들다는 마음은 어느새 사치(奢侈)로 치부되곤 한다.


추워서 옷깃을 세우고, 몸을 옹송그리다 보면, 보통 4~5명의 승객을 태운 채 도착한다. 고교생 2명과 시청 휴게식당에 근무하신다는 40대 초반 아주머니의 부스스한 머리에서 바쁜 일상의 고단함을 느낀다. 이 아주머니는 저녁에는 9시에 퇴근하신단다. 더구나 시청에서 예식이라도 있으면 주말에도 나오셔야 한다니. 주5일을 매일 그렇게 피곤하게 사신다는 모습에서 나의 괜한 지난날의 투정이 부끄럽다. 버스기사님의 “어서 오세요.”라는 아침인사에 목례로 답하면, 괜히 기분 좋은 일들이 그려진다. 


버스가 시내에 들어서면 정류장 몇 군데서 고정 승객들이 기다렸다가 나와 같은 일상적인 대면을 한다. 그 중에는 버스기사님의 인사에 흔쾌히 밝은 인사를 건네는 아주머니, 아침에 누구와 싸우셨는지 뚱한 아주머니, 고교 앞에서 하차하는 학생들을 보면, 인사를 잘하는 딸네미들은 내 딸이 아니라도 귀여워 용돈이라도 주고 싶고, 뚱하게 버스기사님의 배웅인사에도 대꾸도 없는 애들은 주는 것 없이 밉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버스가 지나는 길에 경찰서 앞을 지날 때는 경비초소의 근무경찰이 버스기사에게 멋지게 거수경례로 인사를 한다. 버스기사님도 멋지게 답례를 하곤 경찰서에 근무하시는 아주머니의 힘찬 인사소리를 뒤로 하고 시청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는 나와 휴게식당에 근무하시는 아주머니가 내릴 차례. 항상 기사님이 먼저 “안녕히 가세요.”하면 나는 힘차게 “고맙습니다.”라는 한 톤 높은 답례를 하고 내려서는 시청으로 향한다. 참으로 정겨운 모습은 이렇게 사람들과 부대끼는데서 나오나 보다.


그러나, 오늘아침엔 조금 가슴이 아팠다. 행정타운 내의 청소년수련관에 매일 아침 수영강습을 다니는 중학생 2명이 항상 우리 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경찰서에 근무하시는 아주머니가 옆에 서계시는데도 자리를 양보할 생각을 하지 않아, 나의 즐거운 환상이 조금은 어두웠었다. 보통은 자리양보들을 잘 하는데 오늘은 조금은 아쉬웠다.


요즘은 유류 값이 상당히 비싸다. 예전 같으면 유류파동이라 하여 2부제니 10부제니 한창 매스컴이 시끄럽고, 공공정책의 모든 부분에서 난리가 있어야 정상인 것 같은데, 요즈음은 자가용 행렬은 더 늘어나 출·퇴근길이 아수라장이 되고, 국가적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 것 같다. 오히려 유류세 감세정책을 편다고 하는데, 대선을 앞둔 정책인지 아니면 국민의 편의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유류세 감면정책으로 서민경제가 나아지리라 보는 시민은 많지 않은 것 같고, 경차 주차선엔 중형차량만 흔하게 보일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한창 편해진 대중교통의 이용은 날이 갈수록 저조하고, 길에 늘어나는 자가용 행렬은 매연과 교통지체를 유발하고 있다. 아무리 도로를 확충한다 해도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수용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끔은 걸어도 다녀본다. 자전거도 이용해본다. 그러나 현재의 도로 구조는 걷기에도 자전거타기에도 참으로 불편하다. 사람위주의 도로구조가 아니고 차량위주의 도로구조인 까닭이다. 도로(道路)의 도(道)는 우리 인간의 ‘도리(道理)’를 나타내는 말로도 사용하는데, 요즈음 도로(道路)에서는 인간적인 멋을 찾기는 어렵다. 걸핏하면 교통사고 흔적에다 뺑소니에다 가끔은 짐승의 시체가 널브러진 삭막한 모습을 보면서, 또한 양보하지 않았다고 심한 욕설을 퍼붓고 지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도로(道路)‘라는 단어에서 ’도(道)‘자를 뺐으면 한다. 


그나마 하천이 우리 집에서 시청까지의 출퇴근 직선통행로가 될 수 있는데, 아직 정비가 되지 않아, 걷지도 자전거를 타지도 못한다. 지금 친환경적인 하천으로의 탈바꿈을 위하여 삽질을 시작하였다. 조감도를 보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하천으로 바꾼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고, 아침에 버스 칸의 답답함 대신 상쾌한 새소리·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접하면서 출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에너지난’, ‘지구온난화 대책’, ‘운동부족’, 등의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것들을 생각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오늘도 버스로 출근을 하고나서, 대중교통을 보다 더 활성화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탄 사람들에게 편한 도시환경변화와 CO₂절감방안을 같이 고민하고자 하는 마음을 버스에 실어 보내본다. 

                                                                                                    2007. 11. 26.  梨湖  姜求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