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존사(尊師)와 제자

니이구 2008. 1. 6. 15:16
 

존사(尊師)와 제자(弟子)

요즈음엔 스승다운 스승이 없고, 제자다운 제자가 없다는 말로 각박한 세태를 표현하고들 한다. 오늘 새해인사차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 중 한 분을 몇몇 친구들과 함께 찾아뵙고 감회가 새로웠다.

스승을 이르는 말에 ‘함장(函丈)’이 있다. 이것은 스승과의 관계에서 존경을 표하거나 가까이 모신다는 뜻으로 한 장(丈)의 여지를 둔 데서 유래한 말이며, ‘사부(師傅)’라는 말로 친숙하다. 또한 스승의 높임말에는 ‘사대(師大)’, ‘존사(尊師)’가 있으며, 스승으로 섬기며 가르침을 받는 것을 ‘사사(師事)’라 하고, 스승으로 삼고 의지하는 일은 ‘사자(師資)’라 하며, 스승의 교훈은 ‘사훈(師訓)’이라 한다.


오늘 찾아 뵌 분은 26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셨다. 남녀동창들 8명이 시흥 물왕 저수지가의 한정식 집에서 오붓하게 그 옛날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며 새해의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꽃바구니에 사제의 정(情)을 실은 편지를 준비해 낭송하여 드렸더니 흡족해 하시는 모습에서 찡함을 느꼈다. 주로 했던 얘기는 선생님께서 초임발령지인 우리학교에 부임초기 우리들이 선생님께 무섭게 휘달리던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내내 분위기는 사제간의 정(情)이 오롯이 피어나는 자리였다. 선생님과의 추억은 참 아름다울 수 있다는 먼저 번 만남에서의 느낌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근간에는 꼬맹이도 대통령의 함자(銜字)를 존칭 없이 함부로 부르고, 매스컴엔 수도 없이 선생님들 수난당하는 기사가 실리고, 부모님을 지금처럼 홀대(忽待)하는 시절은 없었던 듯싶다. 윤리기준이 송두리째 무너진 느낌이다. 스승, 부모, 동창과 우리의 인연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다. 사계(四季)의 자연 변화와 같이 정해진 이치에 따라 이어지는, 떼려 해고 뗄 수 없는 인연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기 혼자 잘났다고 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그러한 인연에 대하여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씨를 안고 가는 것임을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다. 우리민족의 정신적 중심점에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가 함께 해왔다. 적어도 우리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각하던 시절에는 그리 배웠다. 살아계신 부모님 잘 모시고, 생존해 계시는 스승님들도 자주 찾아뵙고, 동창들 내지는 친구들과의 관계 또한 모나지 말아야겠다. 대통령도 선택했으면 임기동안 국정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사회가 원만히 움직일 수 있는 정신적 힘이 솟아나리라 본다.


요즈음 새 정부 인수위의 교육 개혁안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도다. 저항 또한 만만치 않다. 어쨌거나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라 했으니 개혁하고자 마음먹었으면 대다수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첨언하건데, 입시 등 제도적인 측면의 개혁에만 치우치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愚)’를 범할까 걱정이다. 인간교육이 우선시되고, 공교육을 주도하는 선생님들이 진정한 사표(師表)로써 존경받는 정신적인 면이 강조되는 체계도 고려해 줬으면 한다. 학창시절을 거친 대한민국의 모든 제자들이, 훗날 스승의 은혜를 뼈저리게 느끼고, 사제지정(師弟之情)으로 세계적 정신적인 선진국을 이끌어 가는 그러한 교육이 될 수 있는 밑그림이 나오기를 바래본다.


‘삼엄(三嚴)’이라 했다. 임금, 아버지, 스승이 엄한 세 사람이니, 이 세 주체(主體)가  나라의 기강(紀綱)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말이요, 또 다른 말에 이 주체들을 삼존(三尊)이라 하니, 사회가 진정으로 존경해야 할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암시하는 말이다. 교육개혁은 정신개혁이다. 실질적인 개혁의 주체가 누구일까를 곰곰이 생각하고 힘을 실어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2008. 1. 5  梨湖  강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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