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의 함자 | ||
| [경기일보 2008-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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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나 자신 조상의 함자에 쓰인 글자를 이름자에 사용하지 않는 관습이 ‘피휘(避諱)’이며, 휘(諱)는 원래 왕이나 제후의 이름을 일컫는 말이다. 국휘(國諱)는 왕의 이름을, 가휘(家諱)는 집안 조상의 이름을, 성인휘(聖人諱)는 성인의 이름을 피하는 것이다. 국가 간 외교문서나 집안 간의 서신 등에도 ‘피휘’를 지켜 주었고, 왕의 이름에 쉬운 글자가 들어 있으면 나라 전체에 불편이 생기기 때문에 왕의 이름엔 어려운 글자를 썼고 주로 외자로 작명(作名)하였다. 이처럼 이름자에 대하여 또 하나의 예법을 지켜온 민족이 바로 우리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대구의 한자표기는 ‘大丘’였으나 공자의 휘 ‘구(丘)’를 피하기 위해 ‘大邱’로 바뀌었다. 팔만대장경판에도 역대 왕의 이름자와 같은 글자를 판각 시에는 획수의 한 획을 빼든가 뜻이 같은 다른 글자로 대체하여 판각하였다. 국가 기강유지의 불문율이었으며, 지금처럼 대통령 함자를 함부로 부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중국에서는 황제의 이름자를 함부로 썼다하여 단번에 17명의 신하가 처형된 역사도 있다. 이름자의 항렬(行列)도 무시되고, 4촌 형제도 멀다고 느끼는 이 시대에 고루하게 ‘피휘’를 지키자는 말은 아니다.그러나 현재도 ‘피휘’는 아니더라도 부모님 이상의 조상 함자를 언급할 때는 ‘○字○字’라고 하는 것이 통례다. 직장 내에서도 상사의 나이가 어리다 하여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예는 없고, 직위를 불러주는 것이 통상적이다. 한발 더 나아가 부하직원들 이름도, 아주 친하지 않는 한, 함부로 부르지 않고 직책을 불러주는 분위기인데, 유독 대통령의 함자만 그렇게 함부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다. 새로운 대통령이나 전직 대통령들도 직위를 붙여 ‘○대통령’으로 불러주는 것이 국민의 도리가 아닐까 한다. ‘○○정부’라 하던 것은 ‘문민·국민·참여·혁신정부’라 부르던 것과 같이 부르던가, 헌법 1조에 명시된 공화국(共和國) 명칭을 사용하여 ‘1·2·3….공화국’이라 함은 어떨까. 사회기강은 국가에서 타율적으로 세우려면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국민들이 스스로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는 분위기 차원에서 생각해볼 때도 된 것 같다. 태조와 무학대사의 대화 중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는 대사가 있다. 나 자신과 국민 스스로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려면, 우선 상대방을 존경하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하물며 상대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임에랴. 국민소득 4만불의 외형적인 선진국이 된다지만, 정신적인 성숙도는 몇 만불이나 될까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 한 번 대통령으로 선택하였으면 다같이 존경하고, 정 아니다 싶으면 헌법에 보장된 탄핵제도를 활용하는 성숙된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조금만 어려운 사이라도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 것이 우리네 사회준칙이다. 자존(自尊)을 중시하는 민족답게 대통령 함자를 함부로 부르지 않는 풍토를 만들어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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