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맞절
얼마 안 있으면 우리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이 돌아온다. 한 때는 서양풍에 밀려 구정이니 음력설이니 하며 민족의 고유한 풍습이 퇴색되는가 싶더니 다행히도 다시금 설의 의미가 되살아난 느낌이다. 이번 설에는 전국의 모든 부부들이 마음먹고 부부맞절을 해보는 설이 되었으면 한다.
설하면 생각나는 것이 세배이다. 세배 중에 ‘서로 동등한 예를 갖추어 마주 하는 절’이 맞절이다. 기혼자들은 한번 이상은 맞절을 하였을 것이다. 전통혼례든 현대적인 혼례 등 절차에 맞절 의식이 있다. 또한 상중(喪中)에 조문객들과 답례로 맞절을 한다. 그리고는 맞절을 해 본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부부간의 절을 할 기회는 거의 없는 것이 요즈음 분위기다. 서양식 악수인사는 잘하면서도 부부간의 고상한 맞절을 못하는 분위기가 아쉽다.
나는 설마다 매번 내자(內子)와 맞절을 해 오고 있다. 3형제가 모두 결혼 한 지금은 아버님 차례상을 물리고 나서 어머니께 세배(歲拜)를 드린 후 3형제 모두 합동맞절을 한다. 아이들이 어색한지 뒤에서 키득거리기도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시는 어머니는 흐뭇해하시고, 우리 부부들 간 지난 1년간의 해묵은 감정도 녹이는 계기도 되며, 각자 뭔가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분위기가 된다.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들이 더 오래 산다는 발표를 본 적이 있다. 풀어야 할 감정을 참지 말고 대화(부부싸움)로 푸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맞절로 완전히 풀어보면 어떨까. 부부간 사랑의 엔도르핀 촉진제가 쏟아지고, 나아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근원이 될 것이다.
오륜(五倫)중에 부부유별(夫婦有別)이 있다. 남편은 남편대로 부인은 부인대로 제각기 처신하는 바와 몫이 다르다는 뜻인데, 요즈음은 여성상위라는 말에 묻히기도 하고 양성평등과는 동떨어진 말이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네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왜곡(歪曲)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정1품 문무관의 부인을 정경부인(貞敬夫人)이란 극존칭을 사용했고, 시집을 가도 성(姓)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니, 서양식의 가족체계보다는 훨씬 여성관이 우위였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사회구조가 워낙 다양하고 핵가족시대인 지금은 아줌마들의 권한이 상당하다. 봉급관리에서부터 가정의 대소사 결정권한이 아줌마들에게 있다. 그래도 여성의 권한을 신장하겠다고 한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여성부 존폐논란으로 시끄럽다. 음이나 양이나 어느 한쪽이 너무 강하면 안 된다. 세상은 음양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부부간의 서로 존경하는 마음을 실어 이번 설에는 맞절을 해보자.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고 속으로든 겉으로든 되뇌면서. 마음으로만 존중한다 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해보자. 부부간 평등보다도 더한 존중의 의미가 깊이를 더할 것이다. 아울러 색다른 설 기분을 맞을 것이다.
2008. 2. 4 梨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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