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보이야기

니이구 2008. 2. 1. 10:45
 

바보처럼 살고 싶다

지나간 유행가 중에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구절이 문득 생각난다. 또 흔히들 TV를 바보상자라고들 한다. 사고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때는 정말 그냥 바보처럼 살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복잡하거나 마음고생이 심할 땐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천치(天痴), 바보, 멍청이, 멍텅구리, 반편(半偏), 못난이, 얼간이, 맹추, 머저리, 맹꽁이, 밥통, 등신(等神), 팔불출(八不出), 숙맥(菽麥), 방퉁이, 칠뜨기 등 ‘정신적으로 모자라는 사람, 혹은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단어가 사전에 50여개쯤 보인다.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인이 자각하면서, 이와 같은 말들을 들으면 좋아할 사람이 과연 있으랴만,  그러나 언젠가부터 차라리 이런 말을 듣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각박하고 야속한 현실과 타협하기 싫을 때나 아부를 못하는 천성에는 오히려 이런 말들이 제격이리라. 남들에게 뒤쳐진다고 볼 수 있으나, 과연 인생결과에서 무엇이 뒤쳐지는 것인가는 생각해 볼일이다.


바보 이야기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온달(溫達)과 평강공주(平岡公主) 이야기가 있지만, 백이면 백 모두 온달을 진짜 바보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저 시대를 잘못 만났다가 운이 트인 우부현녀(愚夫賢女)의 주제로 회자(膾炙)되 오면서도 아름다운 우리역사 속의 일부분으로 전해진다. 또한, 중세 프랑스에서는 ‘바보축제’가 열렸는데, 가짜 주교나 교황을 뽑아 종교의식을 익살스럽게 풍자하고 고위관리와 하급관리의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적인 소설가 톨스토이의 단편 중에 '바보 이반'이 있다. 3형제 중에 가장 바보라던 막내 이반이 처음은 잘나가다 나중엔 거지가 된 두 형들을 거둔다는 줄거린데, 정의(正義)와 근로(勤勞)가 통한 이상적인 세계 구현을 ‘바보’라는 우직함을 빌어 표현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수년전에 유행하던 말 중에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있다. 별로 좋은 뜻으로 나온 말은 아니나, 서민들이 꽤나 공감했던 말이다. 서민들이 품고 있던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말이라고들 했다. 새해가 되고, 새 정부도 탄생준비에 한창이다. 서민의 삶의 무게가 부푼 기대감만큼 덜어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는 마냥 오르는 대출금리·물가 등으로 허리만 더 굽어지는 느낌이다. 4만불 시대가 된다면, 4인 가족의 소득은 16만불이 되어야 평균 삶을 산다는 이야긴데, 가장들의 허리가 얼마나 더 휘어야 가능한지 모르겠다. 자금력이 없어 투기도 못하고, 그 흔한 기회도 노려보지 못하지만, 그저 ‘바보’처럼 우직하게 살면 성공하는 서민사회가 새 정부시대에는 도래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하고, 평균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는다면 서민들은 모두 바보처럼 또 살아야 하리라.

2008. 1. 8  梨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