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쁘다 바빠(시)

니이구 2008. 2. 13. 11:54
 

바쁘다 바빠


서산 노을에 쫓기는 목동아 !

꼴짐은 넘어가려는데

손에 쥔 송아지 고삐는 놓치고

바지춤마저  흘러 내리네

어찌해야하나 바쁘다 바빠


소나기 바람 속 아낙아 !

빨랫줄 이불홑청 날아가려는데

맨발 아낙의 치맛자락 뒤집히고

등에 업힌 아이 젖 달라 보채네.

어찌해야하나 바쁘다 바빠


참외 서리하다 들킨 꼬마야 !

쥔장 쫓는 소리 고래고래 천둥 같은데

질척이는 밭두렁에 깜장 신 빠지고

쫓아오는 삽살개 이빨에 오금이 저린다

어찌해야하나 바쁘다 바빠


한 길이 좁다 하시는 醉한 할아범 !

호중물(壺中物)1)은 밑도 안 보이는데

어느새 백발은 인생을 짓누르고

해로가(薤露歌)2)만 사방으로 구성지다

취생몽사(醉生夢死)에 덧없던 이 세상                       

어찌 어찌 가나 바빴던 이 세상


1) 항아리 속 물건,  ‘술’을 말한다.


2) 상여가 나갈 때 부르는 노래. 사람의 목숨이 부추 위의 이슬과 같아서 쉽사리 말라 없어진다는 뜻의 가사와 구슬픈 곡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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