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서산 노을에 쫓기는 목동아 !
꼴짐은 넘어가려는데
손에 쥔 송아지 고삐는 놓치고
바지춤마저 흘러 내리네
어찌해야하나 바쁘다 바빠
소나기 바람 속 아낙아 !
빨랫줄 이불홑청 날아가려는데
맨발 아낙의 치맛자락 뒤집히고
등에 업힌 아이 젖 달라 보채네.
어찌해야하나 바쁘다 바빠
참외 서리하다 들킨 꼬마야 !
쥔장 쫓는 소리 고래고래 천둥 같은데
질척이는 밭두렁에 깜장 신 빠지고
쫓아오는 삽살개 이빨에 오금이 저린다
어찌해야하나 바쁘다 바빠
한 길이 좁다 하시는 醉한 할아범 !
호중물(壺中物)1)은 밑도 안 보이는데
어느새 백발은 인생을 짓누르고
해로가(薤露歌)2)만 사방으로 구성지다
취생몽사(醉生夢死)에 덧없던 이 세상
어찌 어찌 가나 바빴던 이 세상
1) 항아리 속 물건, ‘술’을 말한다.
2) 상여가 나갈 때 부르는 노래. 사람의 목숨이 부추 위의 이슬과 같아서 쉽사리 말라 없어진다는 뜻의 가사와 구슬픈 곡조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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